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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한 번 치르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빈익빈부익부 강요하는 정치자금 제도

정치발전소 2018년 05월 17일

사단법인 정치발전소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기고해 주신 글입니다. _Deepr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29)

열 명 남짓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레이싱 경기가 있다. 우승자는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수상의 영예를 누린다. 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들은 우승을 놓친 것도 서러운데 차까지 빼앗긴다. 게다가 우승자는 사용한 차를 더 정비해 더 좋은 차로 다음 시합에 임한다. 반면 차를 반납한 선수들은 다음 시합까지 차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포기하거나, 결국 지난 대회에 썼던 수준의 차로 시합에 나선다.

위 이야기는 픽션이다. 황당한 상황처럼 보이지만 대한민국의 선거에서는 일상이다.

월평균 280만 원 버는 노동자도 출마할 수 있을까?

선거를 한 번 치르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선거비용제한액을 기준으로 보면, 가장 적게 드는 기초의원 선거는 4천만원 선이고 가장 많이 드는 대통령 선거는 500억원 정도다. 비공식적 선거비용까지 합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

지방선거만 놓고 보자. 본선 14일을 제외한 기간에 사용하는 비용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기탁금은 또 어떤가. 기초의원 200만원, 대통령 3억원이다. 노동자 평균 월급 280만원을 놓고 보면, 월급쟁이는 출마를 꿈꾸기조차 어렵다.

기초의원 후보들은 이 돈을 스스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돈이 없는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선거운동을 강제받는 이유다. 서초구 제3선거구에 출마하는 노동당 유검우 서울시의원 예비후보는 “애초에 돈이 없어 작은 규모의 범위 안에서 예산을 짤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최근 선거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후보가 지지자로부터 투자를 받아서 쓴 후 이자를 붙여 상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당장 자금을 끌어다 쓰는 데엔 용이해도 결국 갚아야 할 빚이다.

image 노동당 유검우 서울시의원 예비후보. 사진=본인제공

성적에 따라 돌려받는 기탁금, 빈익빈부익부 낳아

출마를 위해 내는 기탁금과 선거기간에 사용한 비용은 성적에 따라 돌려주기도 하고 돌려주지 않기도 한다. 이는 심각한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야기한다. 소수정당에겐 득표율에 따라 기탁금을 반환하는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15% 이상을 득표하면 전액을 돌려주고,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하면 반액을 돌려준다. 10% 미만을 득표한 후보에겐 한 푼도 돌려주지 않는다. 시민들은 지난 선거를 거치며 국회 내 다당제를 만들어내긴 했으나, 아직까지 다당제로 안착할 수 있는 제도는 없다. 양당제 경향이 강한 한국에서 15% 이상을 득표할 수 있는 소수정당 후보는 많지 않다.

마포구 바선거구에 출마하는 정의당 조영권 마포구의원 예비후보는 현재 네 번째 출마를 앞두고 있다. 세 번째 출마였던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선 보전을 받았지만, 이전에 출마했던 선거에선 한 번도 보전을 받지 못 했다. 조 후보는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가정경제가 휜다”며 개인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정치제도 때문에 선뜻 정치에 나서기 어려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image 정의당 조영권 마포구의원예비후보. 사진=본인제공

기초의원 후원회 개설 금지, 기초의원은 정치인이 아닌가요?

기초의원은 후원회를 만들 수 없다. 지자체장 후보들도 후원회를 만들 수 있지만 선거기간에만 만들 수 있다. 후원회를 만들었다는 것을 홍보하다 끝날 짧은 시간이다. 다양한 후원방식을 갖출 시간적 여유도 없다.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게 만드는 조항은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게다가 자비를 털어야만 선거를 치룰 수 있게 만들어놨으니 돈 없는 사람은 선거비용 마련도 어렵고, 그 재정에 대한 리스크 역시 후보 본인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

정의당 조영권 후보는 기초의원이 후원회를 둘 수 없는 것에 대해 “기초의원은 정치인으로 보지 않는 것인가”라며 “후원회조차 열어주지 않는 현 상황에선 돈 있는 사람만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당 유검우 후보는 “후원회 도입 얘기는 선거 때마다 나오지만 차일피일 미루고 미뤄 여전히 도입되지 않았다. 지방자치 강화와 정치자금 양성화를 위해 지방의원과 입후보자들에 대한 후원회 설립이 하루빨리 가능해지길 바란다”며 기초·광역의원 후보에게도 후원회를 둘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을 기대했다.

돈 문턱 낮출 세 가지 제안

위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후보의 재정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 돈 있는 사람만 정치를 하게 만드는 제도는 정치의 문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여러 대책이 있다.

첫째, 기탁금을 폐지하거나 대폭 낮춰야 한다. 기탁금은 무분별한 입후보 등록을 제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기초의원의 기탁금이 왜 200만원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 서복경 교수는 "현행 기탁금 조항은 과다한 금액을 규정해 입후보에 대한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며 기탁금 제도의 위헌성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는 기탁금 제도가 없고,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의 나라는 기탁금이 있더라도 100만원 미만의 소액이다.

은평구 아선거구에 출마하는 녹색당 이상희 은평구의원 예비후보는 “기탁금은 후보 등록 접수비에 해당할 뿐”이라며 “기탁금을 낮춰 직접 시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외국의 선거제도 비교분석집’에서도 기탁금 선정기준이 모호하다고 밝힌 바 있다”고 덧붙였다.

image 녹색당 이상희 은평구의원예비후보. 사진=본인제공

둘째, 비용보전 관련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15%, 10%로 정해진 보전 기준의 근거 역시 없다. 왜 14.9%는 반액이어야 하고, 9.9%는 보전을 못 받아야 하는가. 이를 10%와 5%로 낮추는 것은 어떤가. 노동당 유검우 후보는 “기준의 높고 낮음 이전에 득표율 기준으로 비용을 보전해준다는 발상 자체가 착오적”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다른 시각에서 볼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운동에서 할 수 있는 행위를 매우 협소하게 제한해두고 있다. 명함의 규격부터 앰프의 출력 성능까지 말이다. 국가가 이렇게까지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제약할 거면 차라리 공보, 벽보 등의 선거운동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국가가 집행해주거나 모든 입후보자들에게 보전해주는 것은 어떤가. 이와 관련해 녹색당 이상희 후보는 “후보 개인에게 맡긴 홍보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 차원에서 후보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공통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셋째, 기초의원 예비후보까지 후원회를 만들 수 있게 하고 선거비용 전체를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치인은 대중의 물적 지지를 통해 선거를 치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부자들만의 정치를 막을 수 있다. 혹자는 후원회를 열어주면 불법하게 돈을 모으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후원회를 열어줘야 줄어들 문제라고 본다. 또한 수입·지출 내역이 선관위에 보고되기 때문에 투명성 문제도 해결된다.

불평등을 강요하는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돼야

필자는 2년간 정당에서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 그간의 경험으로 비추어볼 때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은 소수정당과 그 후보에게 너무 가혹하다.

image 2017대선 당시 정당보조금 분배 현황 이미지=조성은

한국의 정당들은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보조금은 분기별 대략 100억 정도다. 이 금액의 1/2은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N분의 1로 나눠 갖는다. 20석 이하의 정당은 5석 이상은 5/100, 5석 미만의 정당은 2/100의 금액을 받는다. 이후 남은 금액들을 의석수에 비례해 배분한다. 의석수 비율에 따라 배분하면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은 아무 근거 없이 20석을 기준으로 정당 간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 국회 자체가 교섭단체 기준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인데 보조금 지급마저도 교섭단체 구성 유무가 기준이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image 2017대선자금 및 선거보조금, 보전액 비교 이미지=조성은

심상정 대통령후보 후원회 실무를 맡을 때 가혹함을 가장 강하게 느꼈다. 19대 대선 선거비용 제한액은 대략 500억원. 후원회의 모금한도는 이 제한액의 5%인 25억이었다(후원금 모금한도가 5%여야 하는 근거도 물론 없다). 나머지 95%는? 자비를 쓰든, 정당 돈을 쓰든 해야 했다. 결국 심상정 후보는 후원금과 보조금 등으로 50억원 정도의 선거비용을 지출했다. 그리고 단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당선이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 500억원 가까이 지출을 했고 거의 대부분의 비용을 보전 받았다.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50억원을 쓴 후보와 500억원을 쓴 후보의 경쟁이 공정하다고 보긴 어렵다.

image 정치자금법 개정을 요구하는 연대 시위. 출처=노동당 보도자료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거대정당은 선거를 치를수록 더 부유해진다. 거대정당 후보들은 설령 낙선을 하더라도 15%는 넘길 테니 파산할 염려도 없다. 반면 소수정당은 선거를 치를수록 더 가난해진다. 소수정당 후보들은 당선을 꿈꾸는 동시에 파산을 걱정해야 한다. 축구 경기에서 한 팀의 선수들에게만 발에 족쇄를 차고 경기를 치르라는 꼴이다.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이 없으면 정치는 돈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고유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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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지났지만 이상한 나라의 선거법은 여전하다


글=장경환 정의당 중앙당 총무부장
편집=황종섭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