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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한 표, 이번에도 쓰레기통으로?

선거제도 비례성 높여야 유권자 표 값도 올라간다

정치발전소 2018년 05월 21일

사단법인 정치발전소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기고해주신 글 입니다_Deepr

"투표는 총탄보다 강하다(The ballot is stronger than the bullet)."

비슷한 발음의 두 단어를 빌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한 링컨 대통령의 말이다.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물리적 폭력 대신 민주적 절차로 풀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로 민주주의의 장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려면 선거의 규칙을 잘 갖춰야 한다. 입장이 다른 사람들도 공정한 규칙이 있다면 서로 합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는 평등해야 한다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내가 던진 한 표가 다른 사람이 던진 한 표와 무게가 다르다면? 또 누군가 던진 표는 귀하게 쓰이는데 내가 던진 표는 버려진다면? 투표할 마음이 뚝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오래전부터 일어나고 있다.

"평등선거의 원칙은 평등의 원칙이 선거제도에 적용된 것으로서 투표의 수적 평등, 즉 1인 1표의 원칙(one person, one vote)과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one vote, one value), 즉 1표의 투표 가치가 대표자 선정이라는 선거의 결과에 대하여 기여한 정도에 있어서도 평등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그 내용으로 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2001.10.25. 2000헌마92 등)

헌법재판소가 2001년 공직선거법 위헌 확인 판결에서 밝힌 입장이다. 평등선거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였다. 투표가 수적으로만 평등해선 안 되고 결과에 미치는 영향까지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1인 1표를 보장한다고 평등선거의 원칙이 달성되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의 주요 선거제도인 단순다수대표제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늘 따라다닌다. 표의 절반이 소위 ‘죽은 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실제 받은 표에 비해 정당이 가져가는 의석은 심하게 널뛴다. 이는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선거제도가 낳은 민의의 왜곡, 내 표는 죽은 표?

image 6회 지방선거 경상남도 광역의회. 이미지=정성욱, 데이터 출처=중앙선관위

위 그림은 경상남도의회의 2014년 지방선거 결과를 보여준다. 당시 새누리당은 광역 비례 선거에서 59.19%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무려 90.01%를 차지했다. 반면 나머지 정당들은 시민들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거의 의석을 배분받지 못했다.

image 6회 지방선거 전라남도 광역의회. 이미지=정성욱, 데이터 출처=중앙선관위

전라남도의회 선거 결과도 마찬가지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당투표에서 67.14%를 득표했지만 의석은 89.66%를 챙겼다. 나머지 정당을 지지한 시민들의 의사는 의석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시민들의 의사가 의석 배분 과정에서부터 왜곡된다. 광역의회는 지역구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은 단 한 명이 당선되는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비례대표제(비례대표 의석 비율 10%)를 결합시킨 선거제도로 구성된다. 하지만 비례대표 의석수가 너무 적어 표의 비례성 원칙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의사가 의석으로 적절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의회가 민의를 왜곡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치인들이 나빠서 문제가 아니라 선거제도 자체에 이미 민의를 왜곡할 만한 요소가 있는 것이다. 물론 경상남도와 전라남도의 시민 다수가 한 당을 지지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90%에 달하는 의석을 점유할 합당한 이유는 될 수 없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광역의회 지방선거에 도입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아래 그림과 같다. 두 거대 정당은 20~40석에 달하는 보너스 의석을 내놔야 하고, 다른 정당들은 자신들의 득표율에 맞게 의석을 배분받는다. 누구의 표도 버려지지 않고, 의회는 더 다양한 시민들을 대표하게 된다.

image 연동형 비례제 적용시 광역의원 수. 이미지=정성욱, 데이터 출처=중앙선관위

비례성을 높여 정당의 책임 높여야

선거 승리가 목적인 정당에 가장 큰 압박은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다. 각자가 얻은 시민들의 지지만큼 의석이 나눠진다면, 정당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끝까지 노력할 수밖에 없다. 득표가 바로 의석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반면 다수의 사표로 인해 유권자의 지지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큰 정당은 큰 정당대로 작은 정당은 작은 정당대로 열심히 할 동기가 줄어든다. 선거 승리가 손쉬워 보이는 입장에서도, 열심히 해도 얻을 것이 별로 없는 입장에서도 노력할 의지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비례성을 높일 때의 장점은 또 있다. 정당이 대표하고자 하는 시민이 선명해진다. 10%의 시민들도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가질 수 있다. 10%의 의석이 보장된다면 말이다. 그렇게 되어야 유권자도 진정한 의미의 권리를 갖게 되고, 의회도 진정 시민들의 대표 기구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비례성을 높여야 유권자의 표 값이 올라간다. 시민의 의사가 왜곡 없이 의석으로 연결되어야, 정당들이 지금보다 더 높은 책임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다수가 아닌 시민들도 자신을 대표할 정당과 정치인을 가질 수 있어야 더 좋은 민주주의다. 그래야 우리도 민주주의를 통해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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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성욱 정치발전소 회원
편집=황종섭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