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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지방의원 하나, 열 국회의원 안 부럽다?

지방의원의 힘, 잘 쓴 예 vs 못 쓴 예

정치발전소 2018년 05월 29일

사단법인 정치발전소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기고해주신 글 입니다_Deepr

지방의원은 힘이 세다. 곧잘 간과되는 사실이다. 세간의 이목이 중앙을 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역에 발 딛고 살아간다. 지방의원은 지역주민의 삶과 맞닿은 이슈를 정리하고, 그에 대해 결정한다. 그들의 결정은 우리 생활에 퍽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주시할 필요가 있다.

지방의원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세법, 지방공기업법 등의 법령이다. 주요한 힘은 지방자치법 제39조에 나와 있다.

“제39조(지방의회의 의결사항) ① 지방의회는 다음 사항을 의결한다. 1. 조례의 제정·개정 및 폐지 2. 예산의 심의·확정 3. 결산의 승인 4. 법령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사용료·수수료·분담금·지방세 또는 가입금의 부과와 징수 5. 기금의 설치·운용 6.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재산의 취득·처분 7.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시설의 설치·처분 8. 법령과 조례에 규정된 것을 제외한 예산 외의 의무부담이나 권리의 포기 9. 청원의 수리와 처리 10. 외국 지방자치단체와의 교류협력에 관한 사항 11. 그 밖에 법령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항 ②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사항 외에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서 의결되어야 할 사항을 따로 정할 수 있다.”

복잡하다면 ‘동네 국회’라고 이해하면 좋다. 국회는 입법, 예산 심의·의결 및 결산 승인, 국정감사 및 조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비슷하게, 지방의회는 조례 제·개정,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심의·의결 및 결산 승인, 행정사무 감사 및 조사 등의 권한을 갖는다. 도대체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길래, 지방의원이 힘이 세다는 걸까?

사례1: 충남인권조례 폐지

충남도의회는 「충청남도 도민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충남인권조례’)를 폐지해 지역사회 인권 수준을 후퇴시켰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역주민이 실생활에서 인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각 지방자치단체에 인권조례의 제정 및 확대를 권고했다. 이 권고에 따라 전국 17개 시·도 중, 충남을 포함한 16개 시·도가 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시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초부터 충남 지역 일부 개신교단체가 “동성애를 옹호·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인권조례 폐지를 추진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이를 받아들이고, 지난 1월 폐지안을 발의하였다. 2월 2일에 가결되었다. 충남도지사는 재의를 요구했다. 재의된 폐지안은 4월 3일 표결에 부쳐졌다.

image 충남인권조례 폐지반대 시위하는 충남도의원들. 사진=충남도의회

그날 표결을 앞두고, 폐지안을 공동발의한 김용필 의원은 말했다.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동성애, 동성혼을 조장하고 충남을 혼돈으로 끌고 가는 것은 우리 충남이 서해안시대를 이끌어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퀴어축제를 하는 사람을 강사로 초청하는 것은 단호히 없어야 되겠습니다.”, “우리 충남이 이러한 그릇된 동성애, 동성혼을 주장하는 것들이 없기를 간절하게, 도민 여러분들에게 호소를 드리고, 우리 선배·동료 의원님들에게 간절하게 호소를 드립니다.” 그가 호소한 대로 되었다. 인권조례 폐지가 재의결됐다.

이번 달 10일에는 유익환 충남도의장이 직권으로 인권조례 폐지를 공포했다. 인권조례가 폐지됨에 따라, 지난 2015년 12월 만들어진 인권센터는 문을 닫는다. 주민 17명과 81명으로 각각 구성된 인권위원회와 인권지킴이 활동도 중단된다. 올해 예산 4억 1800만원을 들여 실시하는 인권교육 및 행사, 사회적 약자 실태조사 등의 사업도 멈춘다. 충남 인권조례 폐기는 전국 처음의 인권조례 폐기 사례다.

처음이 어렵지 다음은 쉽다. 충남도의회에 이어 충북 증평군의회(4월 20일), 충남 계룡시의회(5월 1일)가 차례로 인권조례를 폐기했다. 일부 지방의원의 결정에 따라 한 지역사회에서 주민의 인권이 후퇴하고,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이 부정적인 여파가, 그 지역사회를 넘어 다른 지역까지 미쳤다. 지방의원의 힘이 이렇게 세다.

하지만 그 강한 힘, 좋게 사용할 수도 있다. 주민의 생활과 지역사회를 더 낫게 만들기도 한다.

사례2: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조례 개정

「서울특별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가 최근 개정되었다. 지방의원의 힘이 좋게 사용된 경우다. 박마루 자유한국당 서울시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 3월 7일 통과되었다. 서울시가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를 설치하고 운영할 근거가 마련되었다. 학대피해 장애인 쉼터는 피해 장애인을 가해자로부터 보호하고, 그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다.

image 서울시의회 본회의. 사진=서울시의회

개정된 조례의 내용은 이렇다. 장애인 학대 예방 정책 개발을 시장의 책무로 명문화했다. 쉼터가 △피해 장애인 보호, 숙식 제공 △피해 장애인 심리상담 등 치유 프로그램 제공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위한 지원 △사회 복귀와 자립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정했다. 쉼터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단체 등에 위탁 운영이 가능하게 했으며, 예산의 범위에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16년부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의해 ‘학대피해장애인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이 사업으로 운영된 ‘위기거주홈’은 지난해 학대피해 장애인 20여 명의 생활을 도왔고, 사후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학대피해장애인 지원사업’은 종료된다. 하지만 조례가 개정되어, 내년 서울시 예산을 확보할 근거가 생겼다.

한 지방의원의 관심과 노력이 지역사회 소수자의 인권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사례3: 은평구 노인 보행기 지원 조례 제정

「서울특별시 은평구 노인 성인용 보행기 지원 조례」 또한 지방의원의 힘을 알맞게 쓴 결과다. 신성진 더불어민주당 은평구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조례는, 지난 2016년 3월 제정되고 시행되었다. 이 조례는 잘 걷지 못하는 빈곤층 노인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성인용 보행기를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image 은평구의회 본회의. 사진=은평구의회

지원 대상은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거나 일상생활이 불편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1~5등급을 받지 못한 저소득층이다. 1~5등급을 받은 노년층은 정부로부터 소득 수준에 따라 보행기 구매 비용을 차등 지원받는다. 등급 외 판정을 받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노년층이 조례의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조례에 따라 은평구는 지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200개의 보행기를 지원하고 있다. 은평구의 65세 이상 구민(2017년 기준 주민등록인구통계)은 74,400명이다. 서울 자치구 중 노인 인구가 세 번째로 많다. 은평구 노인 보행기 지원 조례는, 지역 인구 특성을 고려한 좋은 의정활동의 결과다. 한 지방의원의 의지와 실천으로 지역사회 소수자의 생활이 나아졌다.

힘을 좋게 쓰는 지방의원 하나씩 가져 보자

지방의원은 힘이 세다. 그들은 지역주민의 삶과 맞닿은 이슈를 정리하고, 그에 대해 결정한다. 그들의 결정은 우리 생활에 퍽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으로 그들은 소수자에 대한 저열한 차별과 혐오를 일으키고, 지역사회의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보다 나은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간과할 수 없는 힘이다.

지방의원의 힘은, 우리가 보내는 지지에서 나온다. 우리가 던지는 표에서 나온다. 6월의 우리는 지방의원보다 힘이 세다. 우리 그 힘 아끼지 말자. 좋게 사용해 보자. 우리 좋은 지방의원 하나씩 가져 보자. 힘을 좋게 쓰는 지방의원 하나씩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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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명환 정치발전소 회원
편집=정인선 Deepr 기자, 황종섭 정치발전소 기획실장,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