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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TV 토론 보고 후보 고르라고?

엊그제 찍은 그 사람 이름 기억 안 나는 당신, 정상입니다

정치발전소 2018년 06월 15일

사단법인 정치발전소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기고해주신 글 입니다_Deepr

“후보 이름이요? 아. 방금 찍고 나왔는데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음... 김 누구였는데. 잘 모르겠네요.”

6월 13일 제7회 전국지방동시선거 당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조원 2동 투표소에서 만난 시민 조효진 씨는 오늘 선택하신 후보들의 이름을 기억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는 시민 이지영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거를 마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네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image 사전투표 인증샷. 사진=이은주

60.2%. 제7회 지방선거는 역대 2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그러나 투표 현장에서 만난 50명의 시민들 중 47명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제외하곤 후보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경기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지수 씨는 “정당을 투표의 기준으로 삼긴 했지만. 왠지 투표 후 찝찝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지방선거마다 반복되는 시민의 갈증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다수의 시민은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대의할 후보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했다고 호소했다.

조효진씨는 “그나마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너무 단편적 정보들이라서 판단에 큰 도움이 되진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명함이나 거리 유세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권자들은 홍보가 아닌 정보를 알고 싶다

명함, 벽보, 현수막, 광고, 그리고 토론회는 시민들이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료들이다. 그러나 후보자가 홍보를 위해 만든 유세물에 대해 상당수의 시민들은 긍정적인 내용 위주의 단편적, 평면적 정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토론 방송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었다.

서울시 방배동 제4투표소에서 만난 이연경 씨는 “마침 티브이를 돌리다가 구청장 토론회를 보게 됐는데, 후보 선택에 꽤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우현(34)씨도 "아무래도 길거리에서 자기 자랑만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보단, 좋지 않은 이야기들도 총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게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외에도 다수의 시민들은 홍보 일색의 후보자 광고가 아닌, 후보자의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있는 입체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토론회를 꼽고 있었다.

저비용, 고효율의 후보 ‘학습지’인 토론 마저도...

공직선거법 82조 2항은 시·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시·도지사선거 및 비례대표시·도의원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기간 중 대담·토론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3항은 '구·시·군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선거운동기간 중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자치구·시·군의 장선거의 후보자를 초청해 1회 이상의 대담·토론회 또는 합동방송연설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선거 기간 중 1회 이상의 토론은 의무로 규정돼 있다. 토론을 의무로 규정한 선거법은 한국이 최초다. 시민이 후보자들에 대한 총체적 정보를 습득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TV 토론회가 정보 공백을 완화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린 것이다. 선거법의 다양한 제약으로 시민이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현실에서, TV 토론회는 시민에게 보다 입체적 정보를 전달해 시민의 합리적 판단에 기여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image MBC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 자료=MBC

한정택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TV토론회를 통하여 유권자들은 선거관심도가 고양될뿐만 아니라, TV토론회를 더 자주 접할수록 후보자의 자질, 공약, 국정 수행능력을 비교하는 데 더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1 TV토론회에 주목도가 높았던 19대 대선의 경우, 81.3%의 응답자가 토론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정성호 동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또한 선거에서의 지식 습득이 후보 판단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2

서울, 인천, 경기는 ‘프라임 타임’ 그 외 지역은?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총 404번의 토론이 방송됐다.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대담∙토론회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다(선거법 제82조). 공영방송, 케이블 TV, 지역 민방이 토론회를 중계할 수 있다.

image 서초구청장 후보 TV 토론회. 출처=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문제는 대다수의 토론회가 시청률이 저조한 아침 시간이나 심야시간에 편성됨으로써, 유권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제한했다는 점이다. 구시군의장 토론회의 경우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시민이 토론에 접근하기 용이한 프라임 타임(8시~11시) 사이에 토론회를 방영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울산에 거주하는 이건현 씨는 울산 북구청장 후보 토론회가 오전 7시에 시작한 점을 지적하며, “단 한번 하는 구청장 토론회인데, 시간이 이러면 보지 말라는 얘기”라고 불만을 표했다.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민들의 보편적 생활 패턴과 동떨어진 시간대에 토론을 방송했다. 직장에 가야 하는 시간이나, 한창 일을 하고 있을 시간. 혹은 잠자리에 들어서는 시간에 방영하는 토론을 챙겨볼 수 있는 이는 드물다. 결국 시민의 생활 패턴과 괴리된 TV 토론 방송 편성으로, 시민들은 유권자로서 후보자의 면면을 정확히 판단할 편리한 기회 하나를 잃는 것이다.

image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각 시도가 프라임타임에 후보자 TV토론회를 방송한 횟수 비교. 자료=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이미지=이은주, 조성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선거법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와 달리, 지방선거의 경우 방송사들이 반드시 오후 8시부터 11시 사이 '프라임 타임'에 중계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선거법 제82조 2항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대담·토론회는 오후 8시부터 당일 오후 11시까지의 사이에 중계방송하여야 한다. 다만, 지역구국회의원선거 및 자치구·시·군의 장선거에 있어서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도지사, 시장, 군수만 중요한가요?

심지어 시의원과 도의원의 경우 단 1회의 토론도 방송되지 않았다. 선거법이 ‘지역구 국회의원선거 및 자치구·시·군의 장선거의 후보자를 초청해 1회 이상의 대담·토론회 또는 합동방송연설회를 개최해야 한다’고할 뿐, 시도의원의 토론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는 중요한데 이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도의원과 시·군의원은 그렇지 않다는 말입니까?”

바른미래당 경남도의원(진주2) 정연해 후보는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며, 11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직선거법 제82조의 개정을 촉구했다. 정 후보는 선거공보물 한 부가 유권자들이 지방의원을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인 셈인데, 이는 후보자를 꼼꼼히 살피고 따져봐야 하는 시민 알권리를 심각히 훼손하는 처사임을 지적했다. 그는 “방송사의 편성 문제로 생방송이 불가능하다면 녹화방송이나 SNS 등을 통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일정이 빡빡해서...’ ‘급체 때문에...’ 선관위 주관 토론조차 ‘안해요’

물론 토론을 방송하는 것만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정작 지역구 자치구·시·군의 장선거 후보자들의 일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법정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지난 7일까지를 후보자 토론 주간으로 정해 후보자 토론회를 집중 개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2조에 따르면, 각급 선거방송토론위원회로부터 초청받은 후보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대담·토론회에 참석해야 한다.

image 부산 사상구청장 토론회. 민주당 김대근 후보는 '급체'를 이유로 토론회에 불참했다. 자료=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유튜브

그러나 전지명(자유한국당) 광진구청장 후보, 김대근(더불어민주당) 사상구청장 후보, 김필우 웅진군수(무소속) 후보, 윤정호 합천군수(무소속) 후보, 전동평 전남 영암군수(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승율 청도군수(자유한국당) 후보, 박용섭(무소속) 전북 남원시장 후보, 김기조 옹진군수(무소속) 후보는 선거 운동 등을 이유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관위는 이들 가운데 불참 이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후보들에게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문제는 불참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준 또한 모호하다는 점이다. 급체를 이유로 불참한 김대근 사상구청장 후보는 정당성이 참작돼 과태료를 면했다.

그럼에도 토론은 현행 선거법의 다양한 제약들로 인해 (참고: 선거의 공정성 해치는 기울어진 운동장),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한 정치 신인에 대한 입체적 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희소한 기회 중 하나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이현정씨(23)는 “제가 백수라 시간이 좀 많은데요. 그러다 보니 우연히 구청장 토론 방송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거든요. 사실 구청장까지 선거를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는데. 저희 지역구의 선거 방송을 본 뒤에는, 열심히 하시려는 분들이 계시면 저희 동네가 더 나아지겠다고 느꼈어요. 그 토론이 판단에 도움이 됐습니다.”고 말했다.

공보물, 명함, 포스터에 담긴 홍보성 정보만으론 한 후보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힘들다. 유권자의 정보 습득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운동장 유세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토론 방송이라도 더 많은 시민이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권의 중간평가를 넘어

나라의 살림살이와 큰 줄기는 국회에서 결정하지만, 그 결정들이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와 닿도록 조정하는 역할은 지방 정부가 한다. 또한 지역에는 다양한 이슈들이 있고, 매우 첨예하게 충돌하는 이해들이 존재한다. 조례 하나를 심사하고, 예산 하나를 고치는 일은 주민들의 삶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동시지방선거는 깜깜이 선거라는 오명을 쓰며, 정권 중간평가 수단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지역에 어떤 일꾼이 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시민들은 정권에 대한 평가 혹은 거대 양당에 대한 평가만으로 투표에 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배경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이나 의견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선거법이란 장벽을 손질해야 한다.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이나 의견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투표하도록 가는 걸림돌을 치우기 위해, 더 나은 선거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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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은주 정치발전소 회원,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편집=정인선 Deepr 기자,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


  1. 한정택, 이재묵, 조진만, 제18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 토론회분석-제도, 현실, 효과, 2013 

  2. 이준웅, 텔레비전 토론의 정치적 영향력: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중심으로, 한국방송학보, 1999
    정성호, Tv토론으로 형성된 인식이 후보자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 연구,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