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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댓글이 '후보자비방죄'?

합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정치발전소 2018년 06월 22일

사단법인 정치발전소 '이상한 나라의 선거 기자단'에서 기고해주신 글 입니다_Deepr

지난 6월1일,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인터넷 상에서 이 후보를 ‘일베’(일간베스트)라고 지칭한 4명을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로 고발했다.

고발된 이들은 이 후보 관련 기사에

“일베가 도지사 할 거라고 설치는 꼬라지 하고는…”
“기호일베 이재명 아웃”
“일베를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일괄 사퇴하라”
“후보 등록일까지 최선을 다해 일베도지사를 막고…”
“오~ 일베를 지지한다고요? 너무나 당연하듯이 일베를 지지한다라”

등의 댓글을 달았다.

공직선거법 상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엄연히 구분된다. 그렇다면 위의 댓글들은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될까, 아니면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될까?

끝나지 않은 지방선거…진짜 검증이 남았다

지난 6월13일로 지방선거는 끝이 났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당선자들은 결정 났지만 아직 안심은 이르다. 공직선거법 위반 조사가 남았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약 30여가지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 사례는 다양하다. 투표소에서 투표지를 촬영해 자신의 SNS에 올린 경우, 선거 벽보를 훼손한 경우, 금품을 통해 지지 후보를 홍보하는 경우 등 모두 명백한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선거법을 위반할 경우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인 자격이 박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에 있어서 유권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B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A후보에 대해 온라인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해 검찰에 고발됐다. B씨는 지난달 포털사이트에 ‘A후보의 여비서 불륜 임신설’, ‘A후보 증조부, 조부의 친일설’ 등 허위사실이 담긴 댓글을 여러 차례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씨의 사례는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은 제250조에서 허위사실 공표죄를 ‘연설·방송·신문·통신·잡지·벽보·선전문서 기타의 방법으로 특정 후보자에 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허위사실 공표죄는 ‘사실이 아닌 거짓’을 유포한 경우에 해당한다.

사실을 말해도 처벌 받는다?

‘후보자비방죄’는 조금 특별하다. 흔히 가짜뉴스와 같은 거짓을 유포할 때만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보자비방죄는 사실을 말해도 처벌받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선거법을 위반하는 경우와는 달리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단순히 특정 후보자가 모욕을 느낄만한 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처벌받는 것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 251조에 따르면 후보자비방죄는 특정 후보를 당선되게 하려는 목적을 갖고 그의 상대 후보를 비방하거나, 특정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그 후보자나 그의 가족에 관한 비방적 사실을 공연히 적시함으로써 성립되는 죄다.

쉽게 말해 ‘사실’을 기반으로 특정 후보자를 ‘비방’했을 때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된다. 사실과 비방,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image 후보자비방죄에 대해. 이미지 출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실이 아닌 허위로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는 후보자비방죄가 아닌 허위사실 공표죄로 규율된다. B씨의 경우가 그렇다.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비방’이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말한다. 비방에는 사실이나 허위사실을 기반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경우도 있고, 단순히 의견 표현하여 비방하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선거법상 비교적 관대하게 용인된다.

합법과 위법의 경계, 위험한 줄타기

문제는 후보자비방죄의 모호성에 있다. 실제 후보자비방죄로 고발된 사례를 보면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어서 둘 사이의 명확한 구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자비방죄는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 한다’는 단서조항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실의 표현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는지에 대한 명쾌한 판단 기준이 없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의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

잠시 퀴즈를 풀어 보자. 아래에 제시된 두 가지 사례는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실제 법원 판례다. 각각은 후보자비방죄에 해당된 위법일까, 아니면 합법일까?

  • 사례1: 2012년 8월 J씨가 한 언론사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친일파이자 빨갱이 딸X 박근혜 봐라... 두 번 다시 봉하마을에 오지마라..” “무식하고 더러운 주둥이로 서민 민주화 경제 이야기 하지 마라” “BBK 허위사실 유포한X이자나. 감옥부터 가야지”

  • 사례2: 2012년 11월 K씨는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다음과 같이 당시 박근혜 후보와 그 직계존속, 형제자매를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면도칼빵 사건을 국가대사에 악용하다니 한심한 수준!”, “부모 총살로 뇌세포가 어찌 된 거 아니냐.”

image 이미지=이정현

정답은 ‘첫 번째 사례는 후보자비방죄가 아니고, 두 번째 사례는 후보자비방죄가 맞다’이다. J씨 사례의 경우 1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났다. “‘친일파이자 빨갱이 딸’, ‘무식하고 더러운’ 등의 표현은 J씨의 박근혜 부호에 대한 부정적이고 경멸적인 평가를 드러낸 것이지 증명 가능한 사실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2심의 판결은 결국 대법원에 의해 확정됐다(2013.6.27. 대법원 선고).

반면 K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한 사실을 기반으로 박근혜 후보 또는 그 직계존속을 인격적으로 비하하거나 평가를 저하·왜곡하는 취지를 드러내고 있다”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참고: "박정희 빨갱이", "박근혜 된장녀" 비방글 50대 무죄, 머니투데이, 2013년 08월 27일)

위 두 가지 사례와 같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 사실을 기반으로 한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 공익을 위한 것인지, 그렇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도 어렵다. 후보자비방죄로 고발된 사건에 대해 심급마다 판례가 뒤집어지는 이유다.

표현의 자유 제약…유권자 알 권리도 막아

그동안 후보자 비방은 특정 후보자를 흠집 내기 위한 네거티브 전략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쟁점화를 시도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측에서 ‘문재인 후보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선 정국을 뒤흔들었지만 결국 증거조작으로 밝혀졌다. 의혹제기를 통해 특정 후보자에게 부정적 의미를 덧씌워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함이다. 의혹제기가 선거의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짧은 선거기간에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는 증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선거의 공정성과 공익을 해치는 네거티브성의 후보자비방을 규제할 필요는 있다.

문제는 후보자비방죄가 근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있다. 대법원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대법원은 “민주주의 정치제도하에서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의심하게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허용되어야 하며, 공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하여 그에 대한 의혹의 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2011.12.22. 17대 대통령 선거 과정 중 정당간 후보자비방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후보자비방죄의 타당성과 적용범위를 검증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자비방죄는 유권자의 알 권리도 제한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김재영씨(남·25세)는 “후보자를 선택할 때 후보자의 성품과 도덕성을 보는 편이다. 그런데 도덕성을 가늠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검증을 하기 보다는 자칫 비방으로 치부해버려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며 후보자 선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후보자의 공직수행 자격을 검증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해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후보자의 전과 유무와 부도덕함을 알리는 정보들은 그의 도덕성과 인격, 더불어 공직수행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의 객관적 판단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런데 후보자비방죄는 ‘의혹과 검증’이라는 알 권리를 가로막고 있다.

2013년 헌법재판소 후보자비방죄에 대해 합헌 결론을 내린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결과는 ‘합헌 유지’였지만 합헌 4명, 위헌 5명으로 위헌을 주장하는 재판관이 더 많았다. '선거의 공정이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외의 선거법…사실은 처벌 대상 아니야

다른 나라의 경우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사실은 유권자들이 유능하고 인격이 훌륭한 후보자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는 결국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선거운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없다. ‘연방선거 운동(federal election activity)’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통해 공직후보자에 대한 자유로운 지지 및 반대를 허용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 아닌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자가 거짓에 대한 입증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공적 인물에 대한 명예훼손의 인정범위를 축소시킨 ‘현실적 악의론’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 판례는 아직까지 현실적 악의론을 적용하지 않는다. 후보자비방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이 명예훼손을 한 방송 등 언론매체에 있다고 본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이 후보측이 고발한 4명은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중 어디에 해당할까? 이 후보자가 ‘일베’가 아니라면 ‘허위사실 공표죄’에, ‘일베’라면 사실을 바탕으로 비방한 것이니 ‘후보자비방죄’로서 재판이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사실 허위사실 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거짓을 유포하지 않는 한, 유권자들이 두려움에 입을 막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선거법을 마련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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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정현 정치발전소 회원
편집=정인선 Deepr 기자, 조성은 정치발전소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