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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만에 보는 탄핵 결정문 전문

'2016헌나1 결정문' 핵심 요약

권순민 2017년 03월 12일

image 2016헌나1 결정문 첫페이지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는 3월 10일 오전 11시 재판관 만장일치로 대통령이 탄핵되었음을 알렸습니다. 많은 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국회가 주장한 탄핵사유 중 인정된 것은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각각의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보도는 여전히 불충분해보입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89페이지에 달하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문 중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 59페이지를 쉽게 바꾸어 요약·정리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을 주장한 이유 : '탄핵소추 사유'

헌법재판소는 국회가 주장한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 첫째, 민간인 최순실의 국정개입을 허용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했다.
  • 둘째, 공무원을 해임하고 그룹 총수들에게 모금을 강요하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남용했다.
  • 셋째,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에 관여하여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
  • 넷째,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 다섯째, 뇌물수수 등 각종 형법상 범죄를 저질렀다.

image 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출처 YTN

대통령 탄핵,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나 : '적법요건 판단'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탄핵 소추사유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했습니다. 만약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탄핵안의 옳고 그름과는 무관하게 탄핵소추안을 ‘각하’시켜야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에 세 가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첫째, 탄핵 소추사유가 구체적이지 않다.
  • 둘째, 사실관계 조사나 찬반토론 없이 진행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의결절차가 법률을 위반했다.
  • 셋째, 8명의 재판관이 탄핵심판의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

image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서석구 변호사. 출처 다음 카페 '대한민국 박사모 (박사모)'

그러나 헌재는 세 가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우선 소추사유가 충분히 구체적이라고 지적합니다. 대통령 측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소추사유가 추상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의 경우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대통령 측의 주장대로 소추사유가 형사재판 수준의 구체성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 헌재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른 국회의 자율권을 언급합니다. 명백한 법률 위반이 아닐 경우 헌재는 국회의 의결 절차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 측의 주장 어느 하나 명백한 법률 위반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두 번째 주장도 기각됩니다.

마지막, 8인 재판관의 탄핵심판 문제입니다. 이에 대해서 헌재는,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것처럼 7인 이상의 출석으로 재판을 진행했고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립니다.

image 2004년, 탄핵소추안이 기각된 후 담화문을 발표 중인 노무현 전 대통령. 출처 '노무현 사료관'

어떤 잘못을 해야 탄핵이 될까 : '탄핵의 요건'

헌법재판소는 절차상의 문제가 없음을 밝힌 뒤 구체적인 탄핵의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어떤 경우에 탄핵이 가능한지에 대해 설명합니다. 우선 헌법에 적힌 것처럼 탄핵은 대통령이 업무 수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에 이뤄질 수 있습니다. 업무와 무관한 잘못 또는 도덕적·정치적 잘못에 불과한 경우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나아가 헌재는 ‘위반’이라는 말 앞에 ‘중대하게’라는 단어를 추가합니다. 선출된 대표자인 대통령을 탄핵했을 때의 혼란이 너무나도 크기에 ‘사소한’ 잘못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헌재는 앞으로 제시될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 소추사유를 두 단계로 나눠 검토합니다. 우선 각각의 탄핵 소추사유가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합니다. 만약 위반을 했다고 판단할 경우, 헌재는 그 위반이 대통령을 탄핵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검토합니다.


image 출처 채널A

증거가 부족하다 : 박근혜의 공무원 임면권 남용과 언론의 자유 침해

2013년 4월, 최순실은 딸 정유라가 전국 승마대회 준우승에 그치자 판정에 불만을 품습니다. 이 불만이 무려 청와대 비서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유진룡 장관을 거친 뒤 담당 과장인 노 과장에게까지 전달되지만, 최순실과 청와대가 원하는 바대로 사건이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에 박근혜가 직접 노 과장의 문책을 지시하고, 노 과장은 지난 5월 명예퇴직을 ‘당합니다’. 국회 측에서는 이러한 노 과장의 명예퇴직과 함께 유진룡 장관의 해임, 문체부 고위공무원 3명의 사직을 묶어 대통령 박근혜의 공무원 임면권 남용을 주장합니다.

한편 2014년 11월, 세계일보는 최순실의 남편 정윤회가 정부 고위직 인사에 개입하였다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보도합니다. 일주일 뒤, 대통령 박근혜가 직접 문건 유출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그로부터 두 달 뒤 세계일보 사장이 해임됩니다. 국회 측에서는 박근혜가 관여하여 청와대 측에서 세계일보 사장의 해임을 요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헌재는 두 주장 모두 탄핵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사실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입니다. 중대한 위반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판단할 것도 없이, 헌법 또는 법률 위반행위 자체가 인정되지 않은 것입니다.

image 출처 416 연대

잘못은 했다, 그러나 탄핵감은 아니다 : 세월호 참사

국회 측에서는 대통령 박근혜가 세월호 참사 당시, 국가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와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재 역시 세월호 참사는 ‘제대로 된 구조활동만 있었더라도 많은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사고라고 인정합니다. 또한 대통령에게 두 의무 모두 존재한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를 탄핵의 근거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성실하게 직책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의 경우 정치적 판단의 대상일 뿐 사법적 판단의 대상은 아니라는 이유를 듭니다. 그 의무의 특성상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게 되는 의무에 불과할 뿐, 사법적 책임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권 보호 의무의 경우 이를 근거로 하여 구체적인 행위 수행의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즉, 생명권 보호 의무에서 ‘해경에 구조 지시를 내려야 하는 의무’, ‘중앙대책본부를 신속히 방문하여 구조를 독려해야 하는 의무’ 등의 구체적인 행위의 의무가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재난이 발생할 때 대통령에게 구체적인 행위를 요구하는 헌법이나 법률이 없으므로, 재난에서의 미숙한 대처를 헌법 또는 법률 위배행위로 볼 수 없고, 결론적으로 탄핵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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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키 : 최순실의 국정농단의 공범 박근혜

지금까지 살펴본 탄핵 소추사유는 모두 헌재에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대통령 박근혜의 탄핵은 전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때문이었습니다. 59페이지의 재판관 만장일치 의견 중 무려 28페이지가 이 부분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크게 최순실의 국정농단(문건유출, 인사개입)과 최순실 개인의 이익 추구했던 것(이권추구)으로 나뉩니다.

청와대 문건유출 : 첫 번째 헌법·법률 위반행위, ‘비밀엄수의무 위반’

헌재는 최순실에 대한 문건유출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대통령에게 보고되는 거의 모든 문서를 관리했던 정호성 청와대 비서관이 최순실에게 국정에 관한 문건을 직접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박근혜가 정호성 비서관에게 최순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지시한 점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정호성 비서관 등이 자백을 했고, 최순실의 고위공무원 인사·연설·해외순방 등에 관한 제안이나 주장이 이미 여러 차례 실현된 것을 볼 때 박근혜가 문건유출을 몰랐을 리 없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합니다.

최순실에게 유출된 문건이 그 특성상 업무상 비밀임에도 박근혜가 최순실에게 문건이 유출되도록 지시 혹은 방치했다고 헌재는 결론짓습니다. 국가공무원법상 ‘비밀엄수위부’를 위반한, 대통령 박근혜의 첫 번째 법률 위반행위입니다.

image 상단 좌측부터 시계 방향 순서대로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전 차관, 문화융성위원회 차은택 전 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전 장관, 청와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고위공무원 인사개입 : 두 번째 헌법·법률 위반행위, ‘공익실현의무 위반’

그렇다면 최순실은 유출된 문건을 통해 파악한 정보로 무엇을 했을까요? 문화와 체육 분야 고위공무원에 자기 사람들을 배치하는데 주력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차관, 문화융성위원회 차은택 위원, 차은택의 은사인 문화체육관광부 김종덕 장관, 차은택의 외삼촌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모두 최순실이 임명에 개입했다고 인정된 고위공무원들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최순실을 위해 고위공무원을 임명한 박근혜의 행위는 헌법·국가공무원법·공직자윤리법·부패방지법에서 규정한 공익을 실행할 의무,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의무, 청렴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합니다. 대통령 박근혜의 두 번째 헌법·법률 위반행위입니다.

image 출처 각 홈페이지

최순실의 이권추구: 미르와 플레이그라운드, 케이스포츠와 더블루케이

청와대 문건유출과 고위공무원 인사개입.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모두 최순실이 이권을 추구하기 위한, 즉 돈을 벌기 위한 사전작업이었습니다. 여기서 문화법인 미르와 스포츠법인 케이스포츠가 등장합니다.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각각 2015년 2월과 2016년 1월에 설립됩니다. 두 재단은 이름과 분야만 빼면 거의 같은 재단이라고 보일 정도로 공통점이 많습니다. 우선 대통령과 청와대가 지대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박근혜나 청와대 비서관 안종범이 직접 대기업 총수, 전경련과 접촉하여 재단 설립을 위한 종잣돈 수 백억을 짧게는 4일, 길게는 한 달 만에 대기업들로부터 받아냅니다. 심지어 재단 설립의 허가도 (일반적인 재단 설립 허가에 평균 29일이 소요되는 데 반해) 단 하루 만에 이루어집니다.

두 재단의 배후에는 모두 최순실이 있었습니다. 최순실은 전경련이 재단 설립을 추진하기 전부터 재단 임원진을 물색하고 심지어 재단의 정관·사업계획을 마련하기도 합니다. 최순실이 개입한 재단의 인사·정관·사업계획은 박근혜를 통해 안종범 등에게 전달되어 실제로 재단 운영에 반영됩니다. 최순실은 재단 설립 이후, 재단을 사실상 장악합니다. 재단의 임직원들이 최순실의 의사를 박근혜의 의사로 간주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최순실은 두 재단이 설립된 직후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와 스포츠 경영회사 ‘더블루케이’를 만듭니다. 각각 미르와 케이스포츠의 사업을 따내기 위한 회사였습니다. 실제로 최순실은 미르 사무총장에게 플레이그라운드와의 계약을 지시하고, 본인의 뜻으로 임명된 청와대 비서관 김상률,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종 등을 움직여 케이스포츠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을 따내게 합니다. 이후 해당 사업의 자문을 더블루케이에 맡기도록 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헌법재판소는 판단합니다.

image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한 헌법재판소 5기 재판관 8인

최순실의 이권추구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 세 번째 헌법·법률 위반행위

헌법재판소는 이상의 최순실의 행위와 박근혜의 협조가 ‘공익실현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결론짓습니다. 최순실이 추천한 인사를 공무원으로 임명하여 최순실의 이권 추구를 도운 점, 미르와 케이스포츠를 설립하고 최순실이 두 재단을 장악할 수 있게 한 점, 최순실의 이권 추구에 도움이 되도록 문화체육관광부에 거점 스포츠클럽 설치 사업을 지시한 점 등은 공익실현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입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가 벌어졌다고도 봅니다. 대통령의 막대한 권한과 비정상적인 재단 설립 진행과정 등으로 볼 때 헌법재판소는 기업이 돈을 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대통령과 청와대가 만들었고, 이에 따라 수십억의 사유재산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KT, 현대자동차 등의 계약과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이 인정되고, 이는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결론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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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의 국정농단, 이권추구와 공범 박근혜: 탄핵할 정도로 중대한 잘못인가?

지금까지 헌법재판소가 인정한 박근혜의 헌법·법률 위반행위는 세 가지 첫째, 공익실현의무 위반, 둘째,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 셋째, 비밀엄수의무 위배입니다. 헌재는 이제 이 세 가지 행위가 대통령을 탄핵시킬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행위인지에 대해 심사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상의 행위가 적극적, 또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점, 철저히 최순실의 국정개입 사실을 숨기고 의혹제기가 있을 때마다 도리어 이를 비난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의 행위를 국회나 언론이 견제·감시할 수 없었고, 이것이 박근혜의 지시에 따른 안종범 비서관, 김종 차관 등의 고위공무원의 구속으로 이어졌을 정도로 심각한 만큼 박근혜의 잘못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리를 중대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합니다.

또한 박근혜의 대국민담화에는 최순실의 국정개입 정도를 사실과 다르게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점, 담화를 통해 진상규명에 협조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합니다. 이미 드러난 헌법·법률 위반행위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뒤에도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수호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냈다는 것입니다.

결국 헌법재판소는 박근혜의 헌법·법률 위반행위는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잘못이라고 결론짓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될 부정적 영향이 막대하기에, 박근혜를 탄핵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손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입니다.

헌법재판소 만장일치 결정문의 마지막 두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