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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된 중독: '와우'는 어떻게 세계를 정복했나

행위중독을 통해 점착도를 높이는 디지털 서비스 기업들

박상현 2017년 03월 16일

담배회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치열하게 진행되던 1990년대, 담배회사들은 담배가 몸에 해로운 건 인정하겠지만, 이미 오랜 기간 인류와 함께 해온 담배를 파는 산업을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었다. 그때까지는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술도 몸에 나쁘지만 다들 조심해서 적당히 마셔야 하듯, 담배를 지나치게 피워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개인의 책임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소 회사 측에 유리하던 여론이 뒤집히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암모니아였다.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에는 말린 담뱃잎 외에도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가는데, 그중에 화장실 청소나 자동차 유리를 닦는 세정제에 들어가는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가 포함되었는데, 변호사들은 그 물질이 포함된 이유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그들이 밝혀낸 이유는 중독성이었다. 담배는 그 자체로 중독성이 있지만, 담배회사들로서는 충분하지 않았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 내에 담배에 중독되고, 더 끊기 힘들어야 만 수익이 늘어나는데, 암모니아가 그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담배회사들이 소비자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해쳐가면서 이윤을 추구했다는 (그리고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숨겼다는) 사실에 여론과 배심원들의 마음은 돌아섰고, 기록적인 수준의 징벌적 배상 결정이 내려졌다.

떠오르는 행동중독

주로 담배나 술, 마약 같은 약물(substance)과 관련해서 사용되던 중독(addiction)이라는 단어가 인간의 행위에 적용되어 행위중독(behavioral addiction) 같은 말이 대중화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약물중독과 행위중독은 분명히 다르지만 그 차이는 중독증상이 일어나는 방식이나 정도의 차이일 뿐, 뇌가 느끼는 것은 비슷하다. 대부분의 중독성 약물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게 하는데, 이때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그렇듯 도박에 빠진 사람처럼 특정 행위를 할 때도 같은 도파민이 분비되어 사람은 흥분하고 즐거워하게 되는데,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동을 병적으로 반복하게 될 때 행동중독의 증상이 나타난다. 약물중독과 달리 비교적 근래 들어 행동중독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갈수록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와 서비스들이 사용자들의 관심과 시간을 빼앗기 위해 경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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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강한 게임의 대명사로 불리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속칭 '와우')는 출시된 지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이 게임을 출시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1990년대 말에 스타크래프트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두 게임 외에도 디아블로 같은 히트작을 여럿 가지고 있다. 게임이 성공하기 위해서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가장 궁극적으로는 게이머들을 얼마나 자주 게임으로 불러들이고, 얼마나 오랫동안 게임에 붙들어두느냐 하는 중독성의 설계가 필수적이다.

중독성의 설계

미국에서 새로 나온 책, 'Irresistible: Why we can’t stop checking, scrolling, clicking and watching'은 게임을 비롯해 페이스북과 넷플릭스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콘텐츠가 얼마나 치밀하게 우리의 사고와 행동에서 나타나는 중독증상을 이용하도록 설계가 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사용자는 게임 중에 특정한 미션을 수행하게 되는데, 게임 개발사는 같은 미션에 다양한 버전을 만드는 소위 'A-B 테스트'를 한다. 같은 미션 중에서 어떤 버전을 플레이한 사용자가 더 자주 게임에 들어오고, 한 번 들어왔을 때 더 오래 게임을 하는지를 살펴서 그 버전을 적용하는 식이다. 더 나아가 어떤 소리, 어떤 색을 사용했을 때 사람들이 게임에 오래 붙어있더라는 점착도(stickiness)을 측정해서 가장 점착도가 높은 요소들만을 모으면 가장 중독성이 높은 게임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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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resistible'의 저자 애덤 알터(Adam Alter)는 그러한 중독성의 설계가 단순히 게임산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사람들의 집중력은 짧아지고, 경쟁은 치열해진 환경에서 하나의 서비스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점착도가 높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한 정보가 필요한데, 디지털 서비스에서는 아날로그는 흉내도 내기 힘들만큼의 사용자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가령 페이스북의 경우,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A-B 테스트를 하더라도 수백, 수천만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수행이 가능하며(물론 이런 테스트는 사용자가 가입할 때 모두 허락을 하게 된다), 심리학자, 사회학자들이 함께 달라붙어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에 사용자 자신보다 사용자를 더 잘 아는, 가장 무서운 형태의 정보의 불평등 현상이 발생한다. 페이스북이 2012년에 실행했던 심리실험에는 무려 70만 명이 동원되었지만, 실험대상이 된 사용자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도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평균 10개 정도의 실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힘을 잃어가는 개인

저자인 알터는 고의적으로 중독성 기술을 설계하는 IT산업을 비판한다. 새로운 기술의 경우 우연히 중독성을 가질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 서비스의 설계 단계에서 사용자들의 행위중독을 고의로 유발하는데, 그것이 과연 윤리적이냐는 것이다.

특히 행위중독의 타깃이 되는 집단이 청소년 남자아이들인데, 심각한 중독증상 때문에 치료를 받는 아이들의 많은 숫자가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했거나, 온라인 외에서는 친구를 찾기 힘든 경우라는 것. 그들에게 전 세계에서 동시에 게임에 접속해서 함께 전투를 수행하면서 느끼는 동지애는 오프라인이 줄 수 있는 어떤 우정보다도 각별해서, 팀 동료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잠도 안 자고, 심지어는 학교도 가지 않고 게임에 매달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게임의 중독성을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그동안 정부가 청소년들 사이의 게임중독을 이유로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게임산업계를 길들이는 데 사용해왔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IT산업 중에서 경쟁력을 가진 게임산업을 비난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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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스티브 잡스가 처음 아이패드를 발표했을 때는 마치 생생한 교육의 도구인 것처럼 자랑했고, 실제로 많은 부모가 어린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가지고 놀도록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 뒤,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엉뚱한 대답을 한다. "자녀분도 아이패드를 좋아하겠어요"라는 인터뷰어의 말에 스티브 잡스는, "아, 우리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허락하지 않아요. 사실 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너무 위험(too dangerous)하다고 봅니다."

중독성 있게 설계된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인이, 그것도 나이 어린 개인이 이기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과거에도 쉽지 않았지만, 요즘처럼 넷플릭스에서부터 온라인 게임까지 각종 서비스와 콘텐츠의 플랫폼들이 온라인에서의 개인의 행동을 샅샅이 파악하고 있을 때는 개인 수준에서 중독성을 피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시시때때로 들고나오는 '게임산업 규제'가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아이들이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활동이 금지당하고, 부모의 잔소리 외에는 어떤 의미 있는 소통의 통로도 빼앗긴 사회에서 아이들이 게임에서 분출구를 찾았다고 게임산업을 탓하는 것은 위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개인의 행동정보를 수집해서 개인을 상대로 행동중독을 설계하는 현재의 상황을 무작정 허용하기에는 기업과 개인 사이에 정보권력의 불균형이 지나치게 커졌다. "현재 우리세대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광고를 클릭하게 만드느냐입니다. 이건 아니죠." 클라우데라를 설립한 데이터 과학자 제프 해머바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