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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아마존 질주의 시작

박상현 2017년 03월 23일

미국의 4대 테크 기업을 가리켜 업계에서는 흔히 GAFA라고 부른다. Google과 Apple, Facebook, Amazon을 부르는 말인데, 한편으로는 자음+모음으로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부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잘 나가는” 회사 순으로 늘어놓은 이름이기도 하다. 약 3, 4년 전 만 해도 사람들은 (좋은 제품에 매달리는) 애플보다는 구글에 더 미래가 있다고 믿었고, "SNS에 불과한” 페이스북이나, 수익이 나지 않는 아마존은 구글, 애플보다는 한 수 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령 뉴욕대학교(NYU)의 경영학과 교수인 스캇 갤로웨이(Scott Galloway)는 2017년에는 그 네 기업의 순서가 아마존, 페이스북, 알파벳(구글), 애플, 즉 AFGA로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모바일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며 구글의 디지털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페이스북을 구글 앞에 둔 것도 눈에 띄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애플을 가장 마지막에 둔 것이다.

사상 최초 시가총액 1조 달러 타이틀

왜일까? 애플은 작년 기준으로는 시가총액으로 가장 앞선 회사였다. 2016년 1분기에만 1백8십억 달러의 이윤을 낸 회사다. 하지만 성장은 현재의 상태가 아니라 미래의 문제인데, 애플 같은 대형 제조업체가 1조 달러의 시가총액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매출과 이익을 크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이해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아이폰8을 내놓는다는 소문이 맞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이제까지 등장한 아이폰 보다 훨씬 더 큰 히트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애플이 아니라면 어떤 회사가 시가총액 1조 달러라는 세계 기업 역사 최초의 타이틀을 차지할까? (참고로, 1조 달러는 우리 돈으로 약 1,124조 원으로, 지난 해 한국거래소의 시가 총액 전체에 살짝 못미치는 액수이다). 포춘(Fortune)은 다소 엉뚱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를 지목했다. 미국 IT산업에서 전통의 강자이고, 매출을 기준으로도 절대 밀리지 않지만, 성장 가능성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사티아 나델라 CEO 체제에서 체질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작년에 2백6십억 달러를 주고 사들인 링크드인(LinkedIn)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약세를 보인 소셜 영역을 단번에 회복시켜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의 성장 잠재력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이 2017, 18년에 가장 주목해야 할 회사로 아마존을 꼽는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아마존은 2016년을 아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마존은 원래 수익을 내지 못하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수익을 낼 수 없어서가 아니라, 수익을 포기하고 사업확장과 경쟁자들을 고사시켜왔기 때문이다. 그런 아마존이 처음으로 6분기 연속 흑자를 낸 것이다.

하지만 아마존의 장래를 밝게 보는 것은 단순히 그동안 했던 물류 투자의 과실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 이상의 이유가 있다. 아마존은 미국 내에서 조용히 아마존 베이식스(Amazon Basics)라는 브랜드로 자체상표(OEM) 혹은 PB상품의 판매를 꾸준히 늘려왔다. 대표적인 것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배터리의 1/3이 아마존 베이식스 제품이고, 물티슈의 1/6이 아마존 제품이다.

아마존이 알렉사(Alexa)에 큰 투자를 한 이유에는 전자상거래와 연결이 있다. 갤로웨이의 말처럼, 사람들은 “알렉사, AA 배터리를 주문해”라고 말하지, “에너자이저의 AA 배터리를 주문해”라고 말하지 않는다. 알렉사를 통한 상거래가 아마존 자체 브랜드가 만날 때 생기는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

image 이미지 출처: 아마존

오프라인 진출의 강화

하지만 아무리 알렉사를 통해 판매를 늘린다고 해도 그것으로 아마존이 시가총액 1조 달러 타이틀을 가져갈 수는 없다. 온라인의 강자 아마존과 오프라인의 강자 월마트를 비교해보자. 미국 내 온라인 리테일의 규모는 3천 6백억 달러이지만,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 열 배가 넘는 4조 달러의 시장이다. 그런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최강자인 월마트의 매출액은 미국 온라인 리테일 전체를 합친 것 보다 크니, 아무리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해도 월마트의 매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미국 온라인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가져가는 아마존이라고 해도, 중국 같은 신흥시장을 공략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현실이다) 결국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월마트가 강자로 존재하는 오프라인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Amazon Books)를 런칭하고, 이제는 식료품에 초점을 둔 오프라인 매장(Amazon Go)까지 시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드론 등의 새로운 배달 채널을 개척하는 것이 온라인 사업의 공고화라면, 아마존 고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아마존에게는 절실한 새로운 영토의 확장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아마존의 계획은 업계에서 충분히 설득력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사상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의 기업이 등장할 것이고,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 있는 기업은 아마존이라는 분석이 그것이다. RBC 캐피탈의 마크 마헤이니는 아마존의 리테일 부문이 매년 20%의 성장을 할 것이며, 아마존의 주요 수익원인 웹서비스(AWS)는 앞으로 5년 간 매년 40% 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은 어쩌면 아마존의 질주가 시작되는 해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