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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알렉사(Alexa), 삼성의 빅스비(Bixby): 음성비서 이름에 들어간 'X'

박상현 2017년 03월 28일

삼성이 애플의 시리(Siri), 아마존의 알렉사(Alexa)에 맞서는 음성 비서 서비스의 이름을 빅스비(Bixby)라고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갸우뚱했다. 좋고 친근한 이름들을 놔두고 하필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을 고른 이유가 뭐냐는 것. 미국에서는 삼성을 친근하게 “쌤(Sam),” “쌔미(Sammy)”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언론사들도 있으므로 부르기 쉬운 “Sam”은 제일 먼저 고려되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업계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선 흔한 이름일수록 음성 비서가 오작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마존의 알렉사는 아주 흔한 이름은 아니지만, 그 제품을 산 집에 알렉사라는 이름의 여성, 혹은 애완견이 있으면 그 이름을 부를 때 음성 비서가 대답하는 일이 일어난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마존에서는 알렉사 대신 ‘아마존’이나 ‘에코’라는 이름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두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굳이 아마존이 알렉사라는 이름을 택한 이유는 뭘까? 우선 상표등록이 되어 있는 모든 이름을 피해야 하고, 다음에는 다른 문화권에서 부적절한 의미를 가진 단어를 피해야 한다. (디즈니의 만화영화 ‘모아나’의 주인공 이름 모아나는 이탈리아에서는 유명한 포르노 배우의 이름이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만큼은 ‘오셔니아’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음성 비서의 센서의 인식 가능성이다. 알파벳 x의 발음(-ks)은 컴퓨터 센서가 인식하기 좋은 강한 자음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마치 수표에서 사용되는 아라비아 숫자를 컴퓨터 스캐너가 인식하기 쉽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쓰는 숫자와 다른 부분들이 강조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삼성이 빅스비(Bixby)라는 이름을 정한 것은 위의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 상표등록이 되어 있지않고, 흔하지 않은 이름이면서, x(-ks) 발음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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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어학자들은 x 발음은 기계에 적절할지는 몰라도 언어권에 따른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Bixby는 bik-s-bi(빅ㅅ비)로 발음되는데, k, s, b라는 세 개의 자음이 연결되는 발음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모든 자음에 모음을 붙여 발음하는 (빅-스-비_아시아권에서는 정확한 발음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알렉사는 Alex-a처럼 -ks 발음 뒤에 모음을 붙였고, 삼성의 갤럭시도 Galax-y와 같은 형태로 해결책을 찾았다는 것이다. (비슷한 문제로 애플의 Siri는 한국과 일본에서 Shi-ri로 발음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조건을 고려하면 삼성과 아마존 모두 좋은 선택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작명의 배경이 되는 뒷얘기가 중요한데, 알렉사는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갖추고 있었던 세계 최초의 도서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Library of Alexandria)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엔지니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빅스비는 인기 공상과학 TV 시리즈 스타트렉 에피소드의 일부를 썼던 작가의 이름이기도 하다.

왜 하필 스타트렉일까? 그 시리즈에 등장하는 우주선에는 말만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음성 비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렉사나 빅스비를 만든 엔지니어들은 어린 시절 봤던 스타트렉 속의 음성 비서를 실현한 셈이다. 그렇다면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음성 비서의 이름은?

그냥, "컴퓨터(Computer)”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