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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지사의 수상한 온라인 행보

김 지사의 위키백과와 페이스북, 혹시 '주작'입니까?

권순민 2017년 03월 30일

2017년 3월 27일, 자유한국당 경선토론 현장

지난 27일, SBS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토론. 김진태 의원이 김관용 경북도지사를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아까 정말 PPT 참 잘 만드셨더라고요.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면요, 우리는 밤새 저걸 준비하려고 해도 그럴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몇 명 안 되는 도와주는 보좌관을 가지고는요. 기우인진 몰라도 제 생각에는 경북지사님으로 계시니까 직원들이 굉장히 유능해서.. 경북관광을 홍보해야 할 직원들이 우리 후보님을 위해서 저런 걸 밤늦게까지 만들었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김 지사는 미소를 띠며 “공무원들이 와서 하는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그건 상식에 관한 문제입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답변한다. 김진태 의원은 김 지사의 자신 있는 답변에 “그래도 될까 모르겠는데...”라며 여운을 남긴다.

2017년 3월 28일, 위키백과 ‘김관용’ 항목

image 위키백과 김관용

다음날 오후, 각 당의 경선후보에 관해 조사하던 중 이상한 사실 하나가 포착된다. 바로 김 지사의 '위키백과' 항목이다. 위키백과는 누구나 수정할 수 있는 인터넷 기반 백과사전으로 각종 포털사이트에 정치인을 검색할 경우 첫 페이지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사이트다. ‘김관용’ 항목은 학력, 경력, 생애, 경북도지사 김관용, 역대 선거 결과 등으로 나뉘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문제는 ‘생애’와 ‘경북도지사 김관용’ 단락의 서술이 마치 김 지사의 자서전을 방불케 했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언(주: 위키백과의 각종 항목들을 만들고, 수정하는 위키백과 이용자를 일컫는 말)이 썼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어색한 말투의 칭찬 일색이기도 했다.

image 김관용 항목의 생애, 경북도지사 단락

  • “김관용의 어린 시절은 배고픔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 “무려 20년의 세월을 지방 현장에서 보냈다. 6선 지자체장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며, 따라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 “'지발 좀 묵고살자'라는 구호는 오늘의 김관용을 있게한 버팀목이자 경북을 이끌어나가는 미래 비전이다”

  • “김지사의 'DRD(들이대)정신'은 '할 수 있다'는 긍정의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 “김지사의 이러한 유치활동은 ... '투자유치 가장 잘하는 도지사'로의 입지를 굳히는 큰 계기가 됐다.”

일방적인 칭찬으로만 가득찬 정치인 항목은 위키백과에서 보기 쉬운 일은 아니다. 중립적 시각, 생존 인물의 전기, 자기 광고 금지 원칙 등의 자체 편집지침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최성처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정치인의 경우 이력, 선거결과 등만이 건조하게 나열되어 있다. 자유한국당 경선후보 홍준표처럼 인지도가 높을 경우 그의 일대기와 함께 논란 항목 등이 함께 제시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image 위키백과 최성(좌측) 항목과 홍준표(우측) 항목

2016년 4월 8일, IP 주소 210.178.xxx.xxx

위키백과는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는 그 특성 때문에 문서의 신뢰성을 자주 의심받는다. 그리하여 위키백과에서는 특정 문서를 누가, 언제, 어떻게 수정했는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김관용 지사의 낯뜨거운 치적들은 대체 누가, 언제, 어떻게 추가해놓은 것일까?

image 위키백과 김관용의 편집 역사. 링크에서 전체 확인 가능

image 210.178.xxx.xxx의 편집 이전(좌측)과 이후(우측) 비교. 링크에서 전문 확인 가능

김관용 항목의 편집 역사에 따르면 IP주소 210.178.xxx.xxx가 그 편집자였다. 그는 2016년 4월 8일 금요일 오후 2시 18분부터 28분까지, 그의 항목에 ‘생애’와 ‘경북도지사 김관용’ 단락을 추가하였다. 또한 그의 웹사이트 주소를 업데이트하고, SNS를 미니홈피에서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으로 바꾸어놓았다. 그렇다면 그는 누구일까?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구글이 지목하는 것은?

image 해당 IP의 Whois 조회 결과

KISA,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는 인터넷주소 검색 서비스인 Whois를 제공한다.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프로토콜의 주소형태이자 고유식별번호인 IP주소를 Whois에 입력하면, 해당 IP제공자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추가적으로 해당 IP주소가 독자적인 네트워크에 속해있을 경우 그 네트워크를 식별하는 고유번호인 AS주소 역시 제공하고 있다. Whois에 210.178.xxx.xxx을 조회한 결과, 해당 IP주소와 연결된 AS의 사용기관으로 NCIS(National Computing and information Service), 즉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나왔다. 정부통합전산센터의 주요기능 중 하나는 국가기관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관리하는 것이다. 즉, 해당 IP는 국가기관의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정부통합전산센터와 관련된 IP였던 것이다.

image 210.178.xxx.xxx의 구글 검색 결과

또한 해당 IP를 구글에 검색해본 결과, IP 전체를 노출시키는 쇼핑몰 사이트에 전 모씨가 2016년에 작성한 후기가 검색되었다. 해당 후기 작성자의 이름을 경상북도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하자 현재 문화관광체육국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뉴스 검색결과, 2011년에는 관광마케팅사업단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진태 의원이 김 지사의 멋진 PPT를 의심하며 언급한 ‘관광’과 관계된 부서의 공무원이었다.

image 경상북도청 검색결과

이상의 사실에 대한 기자의 질의에 경상북도청 대변인실에서는 “대변인실에서 수정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위키백과 자체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도지사 비서실에서는 경북도청과 관계된 IP가 김관용 항목을 고친 것은 맞지 않겠냐는 기자의 말에 “그럴 수 있겠다”고 답하긴 하였지만 “비서실에서는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구글에서 위키백과를 얼핏 본 적은 있었지만 고칠 수 있는지도 몰랐고, 굳이 고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not only 위키백과, but also 페이스북

김 지사와 관계된 ‘수상한’ 온라인 행적은 비단 위키백과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최근 들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상당했다. 페이스북은 사진, 글 등 다른 컨텐츠와 달리 동영상의 경우 ‘조회수’를 공개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페이지에서 동영상의 조회수 대비 like수는 10 대 1을 넘기조차 쉽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최근 페이지 동영상 중 가장 조회수가 높은 문재인, 호남에서 시작합니다 게시물의 경우 like수 7600개, 조회수 13.5만을 기록했다. 18 대 1 정도의 비율이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의 경우 팬미팅 라이브 게시물이 like수 306, 조회수 4100을 기록했다. 14 대 1 정도의 비율이다. 반면, 김 지사의 경우 이 비율이 무려 1대1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회수보다 like수가 더 많은 경우도 있던 것이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2017년 1월 1일부터 오늘까지 김 지사의 페이지에 업로드된 모든 동영상의 조회수와 좋아요수를 수집했다. 그리고 이를 시간 순서대로 비교해보았다.

image

위 그래프에서 파란색은 조회수를, 주황색은 각 동영상의 like수를 조회수로 나눈 것을 나타낸다. 김 지사의 페이스북 동영상 조회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like수는 오히려 3월 9일을 기점으로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3월 9일 이전까지 조회수와 like수의 비율은 20 대 1이었지만, 3월 9일 이후에는 2 대 1로 급상승한다. 이러한 급상승을 설명해줄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의 페이스북 좋아요에 특정한 작업이 이뤄지지는 않았나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총선 당시, 국민TV는 남경필, 권영진 후보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의 90% 이상이 터키에서 온 것임을 보도하여 정치권 내 '페이스북 좋아요 조작'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냈던 바 있다.

IP 210.178.xxx.xxx와 김관용 지사가 알아야 할 것

image 3월 4주차 자유한국당 19대 대통령후보 적합도 조사. 출처 : 리얼미터

김 지사는 민선 구미 시장을 3회 연임하고, 경북도지사 역시 3회나 연임한 인물이다. 또한 6번의 지방선거에서 4차례나 70% 이상의 득표율을 보인 경북 지역의 절대적 강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전국구 정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다. 리얼미터의 3월 4주차 자유한국당 19대 대통령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김 지사는 한국당 지지층 4.9%의 지지를 받아 55.6%의 지지를 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 27.8%를 기록한 김진태 의원, 9.6%를 기록한 이인제 전 의원에 크게 뒤쳐져있다.

경북도청과 관계되었다고 볼 수도 있는 IP에서 김 지사의 위키백과 항목을 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수정하였다. 이 IP의 사용자가 정확히 누구인지, 그가 경북도청 소속 공무원인지, 공무원이라면 김 지사의 지시를 받아 수정을 했는지 아니면 충성심에 자발적으로 벌인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김 지사의 페이스북 동영상 좋아요는 조회수에 비해 지나치게 높고, 조회수가 하락하는 동안에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역시 김 지사의 지시에 의해 벌어진 일인지, 캠프 인사의 잘못된 충정인지, 혹은 지지자의 지나친 사랑 때문에 벌어진 일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목적과는 다르게 오히려 김 지사를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image 30일, 김 지사는 현충원을 방문해 박정희 묘역을 참배했다. 출처: 김관용 유튜브

낡은 홍보 방법 없이도, 김 지사 스스로 전국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정치를 펼 수 있다면 표심은 자연스럽게 그를 향할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미로 모시겠다"거나, 박정희 생가를 찾아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읍소하며 연일 박근혜·박정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에게 전국구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다소 요원해보인다.

커버 출처: 자유한국당 유튜브